7월의 에피소드 : 낯설어진다면 그것도 예술일까

미피_ 2020. 12. 16. 17:15

느슨한글

 

어느 주말에 북튜버가 추천한 인적 드문 카페에 갔었다. 그리고 저녁에 드라이브를 하다가 조명이 예뻤던 이태원 밤길을 산책했다. 그리고 김보희 개인전을 봤다. 좋은 것을 보고 온 날이면 마음이 몽글몽글하다. 예술이 주는 위안이 느껴지는 날들이다. 김보희 작가의 전시는 생토마토에서 듣고 조금 즉흥적으로 가게 되었는데. 그냥 그림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내가 뭐라도 된 것 같았다. 이런 멋있는 작품을 내가 볼 수 있다니 난 행운아다! 그리고 평창동으로 갔었던 갤러리 카페도 예술공간 같았다. 비어있는 공간 그 자체로 감동이 있었는데. 벽에 걸린 시원시원한 작품과 숨김없이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좋았다. 이런 경험을 하고 집에 돌아가면 내 주위의 것들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진다. 삶에서 앞뒤로 무언가 가득 차 있는 것들을 돌아보게 되고. 환기된 공간에서 그 가득 차 있는 것들을 재료로 삼아 조금은 다르게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전시를 보러 들어서면 평소와 달라지는 그 공간이 좋다. 보통 천고도 높고 벽으로 막히지 않은 널찍한 공간에 들어서면 마음이 탁 트인다. 언제는 현대미술 전시를 보러 갔는데. 거기서 나왔던 큰 영상도 좋았지만, 거기에 더불어 그 넓은 공간 한가운데엔 소파가 있었고. 그 공간 한가운데에 작은 내가 앉는 경험이 신비로워서 계속해서 앉아있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넓은 집에서 최소한의 가구를 두고 갤러리처럼 살고 싶은 로망이 있다. 벽 없이 넓게 뚫린 공간에 몇 개 없는 물건들. 비어있는 바닥과 한없이 펼쳐진 벽들. 갤러리 같은 집에 산다면 그 여백을 매일 즐길 수 있겠지. 좋은 건 쉽게 질리지 않을거고 거기서 나는 그 몽글몽글함을 언제든 느낄 수 있을 거야. 

 


여름에 비가 정말 많이 왔다. 몇 년 사이 여름에 스콜성 장마가 심해졌는데 7월과 8월에는 비가 정말 많이 내렸다. 그러면 나는 탄천을 지나갈 때마다 꼭 불어난 천을 구경한다. 평소에는 사람이 다녔던 길도 물로 가득 차고 가로등과 나무들이 모두 물에 잠기는데. 그게 왜 이리도 신기하고 재밌을까. 무언가  이 감정을 더 적어내고 싶은데 여름에 많은 비 피해를 보었던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 말을 조심하게 되네. 

 


그리고 7월의 마지막 주에는 목포 여행을 다녀왔다. 정말 기억에 남는 건 7월에 생일이 있었던 친구를 위해 준비했던 서프라이즈 파티였는데. 우리는 파티를 준비하는 내내 오히려 우리가 더 신나서 히죽대며 웃었었지. 그리고 얼마 전에 또 그 생일파티가 생각이 났었다. 헤르쯔의 생일 도피 글을 읽고 있었는데. 헤르쯔랑도 친한 그 친구는 파티를 정말 즐거워했던 거 같았다. 돌잔치 이후로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으며 플래시 세례를 받은 적이 없었다고. 그 말이 떠오른다. 사실은 우리가 재밌어서 했던 건데 왠지 그런 말을 들으니까 오히려 내가 고마웠다고. 우리는 관심받기 싫으면서도 관심받고 싶어 하는데. 그 어색한 감정의 정체는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