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매듭짓기 #05: 헤매는 달

hyertz 2020. 12. 6. 18:19

느슨한글


5월의 나는 우울하고 무기력했다. 당시 열심히 하던 미라클 모닝도 다 집어치우고 되는대로 막 살아가던 날들이었다. 하루종일 할 것도 없으면서 핸드폰만 쳐다봤다.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마음과 될대로 되라는 마음이 공존했다. 나아지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었다. 폴더폰을 샀다. 취미를 만들어 본답시고 이것저것을 했다. 


폴더폰은 멍하니 휴대폰만 보고 있는 시간을 줄이고 싶어서 샀다. 투지폰을 쓸 때의 나는 이 정도로 집중을 못 하지 않았던 것 같고, 내 모든 불안이 모두 스마트폰 때문인 것 같았다. 뭐, 결과적으로 지금은 다시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여행을 다녀오며 잠깐 뺐던 유심칩이 다시는 인식되지 않게 되어버렸기 때문. 그래도 폴더폰을 쓰며 휴대폰 하는 시간을 많이 줄였다. 다시 스마트폰을 쓰는 지금도 이전만큼 오랜 시간 붙들고 있지는 않는다.


다만 조금 귀찮은 점은 '왜 효도폰을 쓰냐'라든지 지금은 '왜 다시 스마트폰을 쓰게 되었냐'같은 똑같은 질문들에 똑같은 대답을 오조오억번씩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벌써 폴더폰을 안 쓴지도 6개월이 다 되어가서 이제 더이상 물어볼 사람이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불과 어제도 똑같은 질문을 들었다. 이젠 진짜 더 없겠지?


취미생활 삼아 시도했던 종이접기와 아이클레이, 그리고 풍선 아트는 아쉽지만 혜르쯔와 함께 갈 수 없게 되었다. 재밌긴 한데, 한두 번 하게 되면 더이상은 질려서 못 하겠더라고... 단 한번 도전했던 108배 역시 후에 템플스테이에서 한번 더 한 뒤로 다시는 시도하지 않았다. 마음에 꼭 맞는 취미를 갖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인줄 몰랐다. 지금도 내가 아직 모르고 있을 즐거움을 찾아 다닌다. 그러니 좋은 취미활동이 있다면 꾹 추천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