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매듭짓기 : 6월의 에피소드

뿌셔뿌셔 2020. 12. 6. 01:37

느슨한글


* 먼저 매듭 프로젝트를 제안해준 hyertz에게 감사합니다.
** 12월 5일에 5월의 에피소드를 올릴 계획이었지만 6일이 되어 올해 6월의 에피소드 ..


#아이돌
상큼한 아이돌 노래, 올리브영 매장에 들어가면 울릴 법한 활기찬 케이팝을 특히 좋아한다. 이 때쯤은 베리베리의 불러줘란 곡에 빠졌다. 유튜브라는 아주 좋은 플랫폼으로 강민이란 멤버의 직캠을 쭉 봤다. 그의 장점은 완전 귀엽단 것이고 단점은 너무 어렸다. 하… 상반기까지만 해도 “무슨 일 해?” “인스타그램.” 이었기에 SNS로 떠벌떠벌 이 아이돌, 이 음악이 마음에 든다!를 표현했다. 그 스토리 업로드가 바로 6월 1일이다. 다행인 건 이후의 음악들은 내 취향이 아니어서 입덕까지는 막을 수 있었다.


이 글을 쓰고 나면 오랜만에 영상 몇 개 보고 와야겠다.




#MBTI
코로나19와 거리두기 영향으로 많은 챌린지가 유행했는데 빙고와 다양한 테스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과거 혈액형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듯 이젠 MBTI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아이돌도 이젠 프로필에 혈액형 대신 MBTI를 적는다. MBTI의 인기에 힘입어 MBTI와 유사한 방식으로 다양한 성향 테스트가 등장했다. 어플리케이션이나 사이트 홍보 마케팅으로 테스트가 사용됐다.
나 역시 진작에 MBTI에 미쳐있었는데 가족의 MBTI까지 궁금해하진 않았다. 상대의 MBTI를 안다고 내 대응방식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기에 불필요했다. 상대의 MBTI, 그 유형의 특징에도 크게 관심 갖지 않았다(나는 INTP다.) 그런데 주변에 같이 미쳐버린 entp, intj 동기들이 깊은 MBTI 이야기를 나누니 나까지 덩달아 MBTI 지식이 쌓였다. 서당개 풍월을 읊듯... 굉장히 자세히 알게 됐다. 학과 사람들의 mbti가 예시가 되어 각 성향들의 주요 특징과 장점이 쏙쏙 익혀졌다.
테스트 결과가 대상을 완전히 설명할 순 없지만 각각의 방식, 가치관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이해하기 힘든 가족 구성원의 행동이나 가치관을 MBTI적 접근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겠다 싶었고 부모님을 테스트 시켰다. 엄마는 esfp, 아빠는 infp가 나왔다. 그래서 내 이상형은 infp다. 지인 중에 본인이 infp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꼭 한 마디 한다. 우리 아빠도 그거라고, 당신 괜찮은 성향 가졌네라고. 웃기지만 그래도 자네 우리 아빠와 같은 A형 혈액을 가져서 마음에 쏙 드네! 보다는 낫지 않은가.




#비즈테라피
비즈에 빠졌던 시기다. 친구와 동대문 상가에 두어번 방문해 비즈를 한 바가지씩 사서 반지와 팔찌를 줄줄 뀄다. 처음 유튜브 설명을 따라 비즈 꽃을 만들었을 때의 쾌감! 목빠지고 눈빠지게 집중해서 완성한 뒤, 훌쩍 지나버린 시간! 집중과 성취, 그리고 깜찍한 결과물이 비즈의 매력인 것 같다. 지금은 흥미를 잃어 관둔 나와 달리 친구는 여전히 힐링 취미로 종종 비즈 악세서리를 만든다고 한다. 내 비즈 반지는 시크릿 쥬쥬 손에 끼워질 잡동사니 반지 같은데 패션을 전공한 친구답게 친구의 비즈는 돈을 받고 팔아도 될 정도의 퀄리티였다. 한 번 팔아보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더니 친군 정색하면서 그러면 힐링이 아니라고 거절했다. 아, 그렇네..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면 더이상 마음의 안정감이나 여가의 즐거움을 얻지 못한다. 비즈를 살 때나 만든 걸 바라볼 때나 친구의 무해한 즐거운 미소가 좋았다. 삶이 유쾌하기 위해선 이렇게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취미가 하나쯤 있어야 하는 구나 생각하게 됐다. 나에겐 운동이 그나마 그렇지 않을까. 수영, 달리기, 요가.. 내년엔 수영장 다닐 수 있을까..




#사촌동생
초등학교에 다니는 사촌동생을 만났을 때, 이 아이가 말했다. “나 친구들한테 언니 나이 말하기 귀찮아서 대충 30살이라고 말하고 다녀.” 대충 살자, 어느새 반올림된 내 나이처럼..
아빠와 함께 사촌동생을 데리고 마트에 갔다가 장난감 코너를 구경했다. 사촌동생은 풍선껌 놀이 장난감을 골랐고 나는 그 옆의 도깨비 방망이 모양 비눗방울에 꽂혔다. “언니도 아빠한테 비눗방울 사달라고 하고 싶은데 안 돼. 언니는 대충 30살이잖아.”라고 말했더니 사촌동생이 응원을 보냈다. “언니도 사달라고 해. 30살도 아빠한테 사달라고 할 수 있어.” 응원에 힘입어 사달라고 조르기에 성공했다. 아빠, 나, 사촌동생 셋이서 각각 다른 색의 방망이 비눗방울을 샀다. 행복했다. 사촌동생보다 더 즐겁게 비눗방울을 불고 놀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