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와 동물

금눈쇠올빼미 2020. 7. 24. 22:37

느슨한글

 동물과 교감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가장 흔한 반려동물인 강아지나 고양이 조차 키워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라 생각된다. 아, 예전에 우리 가족이 물고기를 키운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나는 물고기를 무서워해 어항에 가까이 가질 않았고 그저 밥만 줄 뿐이었다. 내가 원한 건 보드라운 털을 가진, 만질 수 있는 반려동물이었는데 어릴 때 천식을 앓았던 터라 절대 불가였다. 가끔 친구 집에 가거나 사촌 집에 들렀을 때 강아지가 있어 '반려동물 키우고 싶다' 욕구를 풀곤 했다. 그러다 머리가 점점 커지면서 생명을 데려오는 것에 많은 공부와 노력 그리고 경제적 여건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별이라는 무서운 종착지가 존재할 것이라는 것도. 그 뒤로 내 입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환상 속의 부유하고 책임감 넘치는 내가 키우고 싶다고는 몇 번 말한 적도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유튜브에 자신들의 반려동물을 찍어 올리는 집사들이 있다. 덕분에 평생 몰랐을 강아지 항문낭 짜는 방법이라든지, 고양이가 벽에 스프레이 하는 모습 등도 알게 되었다. 작년까지는 이렇게 가정에서 생활하는 동물들을 주로 시청했었다. 그러다 올해부터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영상들이 연관 카테고리로 뜨기 시작했다. 관련 영상으로 우연히 새끼 원앙의 부화부터 이소(어느 정도 자란 어린 새가 둥지를 떠나는 것)하는 과정을 보게 되었는데 그게 그렇게 감동적이었다. 원앙 둥지는 꽤나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어린 원앙은 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둥지를 떠난다. 정확히 말하자면 둥지에서 떨어진다. 다행히 아기 원앙은 매우 가벼워 충격이 별로 없지만, 새끼의 일생 최대 결심과 용기가 필요하다. 어미의 응원을 받아 몇 번의 시도 끝에 낙하하는 어린 원앙들을 보며 알 수 없는 위로를 얻었다. 생사를 오갈 만큼 중대한 결정에 놓인 적이 없다는 점 때문이었던 거 같다. 내가 겪었고, 겪고 있는 어려움들은 어쩌면 작은 부분이라는 깨달음에서 오는 위로랄까. 

 그 뒤로 동물 다큐멘터리들을 일부러 찾아보기 시작했다. 사자, 판다, 여우, 고래 등을 거쳐 코끼리편을 시청했는데 이전 많은 야생 동물들을 보며 심심치 않게 감동을 받았던 것과는 달리 코끼리는 내 취향을 심하게 저격했다. 외유내강의 듬직한 사람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내 이상향에 가까웠기 때문인가. 우선 코끼리의 생활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그들은 암컷 중심의 무리 생활을 한다. 수컷들은 성체가 되면 독립해 떠나고, 암컷들은 가장 연륜이 많은 할머니 코끼리를 중심으로 어린 코끼리들을 돌보며 함께 지낸다. 그래서 사진이나 영상에서 보이는 코끼리 무리의 성체들은 전부 암컷이다. 물과 먹을 것이 풍부하지 않은 아프리카에서는 특히 리더 코끼리의 역할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일례로 가뭄으로 물을 얻기 위해 인간이 사는 곳 근처까지 코끼리 무리가 내려오지만 인간에 대해 안 좋은 경험이 있는 리더 코끼리가 다시 되돌아 갈 것을 결정한다. 반면 무리에서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끼가 있는 어린 어미는 당장 자식에게 물을 먹여야 해 인간이 설치해 놓은 철책을 넘어 들어간다. 

 내가 코끼리에게 가장 매료되었던 것은 감정을 느끼는 부분이다. 임신 기간이 2년 가까이 되는 코끼리들은 새끼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공동육아를 하며 암컷끼리 끈끈함을 다진다. 한 번은 병든 아기 코끼리가 새벽에 혼자 돌아다니다 사자무리에게 잡아먹혔는데 아침에 지나가던 다른 암컷 코끼리 무리가 아기 코끼리 시체 곁을 지켜줬다. 오랫동안 옆에서 눈물을 흘리며 서러운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 참 가슴 아팠다. 물론 이러한 행위가 코끼리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그러나 유독 코끼리에 애착이 가는 이유는 큰 체구에 어마어마한 힘을 가졌음에도 초식동물로서 다른 동물들을 살육하지 않는 점에서 온다. 이것 말고도 코끼리의 똑똑함, 귀여움, 생활방식 등 논할 것이 참 많은데 코끼리 정보글은 아니니 생략해야지. 아무튼 며칠간 코끼리 다큐에 푹 빠져있으면서 내 최애 동물은 코끼리가 되었다. 

 요즘은 탐조 영상을 즐겨보고있다. 약간의 조류 공포증이 있던 나에게는 아주 큰 변화이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에는 우악스럽게 생긴 새들이 없는 편이라 거부감이 덜하다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새 tmi까지 나열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쓰지는 않겠지만 다들 나의 닉네임인 금눈쇠올빼미의 귀여움을 알아줬으면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올빼미인데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맹금류이다. 겨울철에 볼 수 있는 새로 올빼미이지만 낮에도 가끔 활동을 한다. 밑에 사진을 첨부하는 것으로 마쳐야지. 
새 영상들을 보면서 내게 생긴 가장 놀라운 변화 중 하나는 비둘기 마저도 좋아졌는 것이다. 그리고 참 아는 만큼 보이고, 궁금해한다고 며칠 전에는 우리나라 대표 텃새인 직바구리와 박새를 처음으로 알아봤다. 또 새벽에 들리는 새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알고싶어졌다. 조만간 나도 버드 피딩(새 먹이랑 물을 두고 찾아와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을 해보며 몰래 어떤 새가 들러주나 관찰할 예정이다.

 반려동물을 통해 다른 생명체와 교감을 해보면 참 좋겠지만 근 20년 간은 불가능 할 것 같다. 방구석에서 영상으로 그들에 대한 애정을 혼자 키워나가는 것이 조금 우습기는 하지만 아직은 만족스럽다. 그래도 빠른 시일 내에 동물 보호소 봉사활동이라든지 버드 피딩 등을 통해 교감 수준의 것은 아니더라도 내 나름의 소통은 시도해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그들이 나를 선택해 주겠지.





 

귀여운 금눈쇠올빼미 보세요

 

사진 출처 https://cafe.naver.com/wildfiower/78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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