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

김니타 2020. 7. 19. 08:24

느슨한글

나는 독일어를 못한다. 독일어를 못하면서 독일에 와서 살고 있다. 3월에는 일주일 정도 독일어 수업을 들었다. 그 한 주동안은 독어에 큰 뜻이 있는 게 아닌데도 정말 즐거웠다. 이곳의 언어를 배워서 배운 것을 바로바로 쓸 수 있는게 좋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어학연수를 가는구나!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수업은 중단되고 그 이후로 독일어에 대한 의지가 꺾였다.

사실 난 독일어를 쓸 일이 거의 없기는 한데 그래도 이곳에서 지내다보니 조금씩 배우기는 했다. 특히 메뉴판을 조금 읽을 수있게 되었다. 연어, 마늘, 가지, 크림, 닭고기와 같은 것들. 그리고 독일어는 영어와 비슷한 단어가 많아서 유추하기가 쉽다. 예를 들어 privat는 private랑 같은 뜻이다. 덕분에 영어와 독일어 단어가 헷갈리기 시작했지만.(private 스펠링 맞는지 검색하고 왔다.)

사람은 필요한 것부터 배운다고 처음 독일에 와서 배운 단어는 야채Gemüse다. 아마 인사말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한 말은 고기 빼고ohne Fleisch일 것이다. 문장을 완성하지는 못해도 ohne Fleisch?라고 하면 대충 얘 고기 안 먹는 애구나 눈치채고 맞다 아니다 이야기해준다.

쿼런틴이 풀리고 나서는 독어과 친구들이 식당에서 주문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나도 조금씩 배웠다. Ich hätte gerne~(I would like~) 한 다음 원하는 걸 이야기 하면 된다. 이 때 ein mal, zwei mal(한 개, 두 개)를 붙여서 이야기하면 간지를 상승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ein mal Bier, bitte. 이렇게 하면 맥주 한 잔 달라는 뜻이다.

한국어는 소리를 내기만하면 억양이나 단음, 장음에 상관 없이 알아 들을 수 있는데 독일어는 그렇지가 않다. 단모음과 장모음을 구별하지 않고 발음하면 못알아 듣는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그냥 발음하기 너무 어렵다! 어려워. 진짜 어려워. 특히 r 발음이 어려워서 예전에 아주 짧은 단어 Warum(why)?를 했는데도 그 사람이 못 알아 들었다. 그래서 나는 다양한 버전의 Warum을 시전했지만 그는 끝까지 알아듣지 못했고, 속이 터진 나는 why!!!!해버렸다..

독일어를 사용할 때의 발성 방법과 한국어를 사용할 때의 발성 방법은 정말 다르다. 나는 한국어의 발성을 하기때문에 독일어의 r 발음이 너무 어렵다. 목을 긁는 소리고 ㄱ과 ㅎ의 사이지만 ㄱ에 더 가깝고 그러나 ㄱ은 아닌. 유럽에 와서 재미있다고 여긴 부분은, 지나가던 한국 사람의 감탄사만 들어도 한국 사람인 걸 눈치챌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어 특유의 톤과 발성을 무시할 수 없다.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는 생각보다 아주 많은 걸 결정하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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