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려워 하는 것
2020. 7. 18. 03:19느슨한글
이별과 삭제가 어려운 나, 저장강박장애?
“후회하는 과거의 선택이 있나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보통 초등학교 3학년 때, 엄마가 제안했던 뉴질랜드 유학을 거절한 것을 떠올립니다. 그때 ‘좋아!’라고 말했다면 영어는 저에게 짐이 아닌 날개가 되어 줬을지 모릅니다. 어린 제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엄마가 “왜?”라고 물었을 때, “친구랑 헤어지기 싫어!”라고 이유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지만 유년시절엔 더욱 소극적이었고 친구가 많지 않았습니다. 얼마 없는 친구들 중에서도 유독 친하게 지낸 친구가 한 명 있긴 했습니다만 “친구랑 헤어지기 싫어!”의 중심은 ‘그 친구와 계속 놀고 싶다’가 아닌 ‘이별이 싫다’였습니다.
음.. 얼마 안 가서 그 친구와는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오히려 친구가 미국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물건과의 이별도 싫어합니다.
• 저장강박증(compulsive hoarding syndrome)
: 물건 사용 여부와는 관계없이 버리지 못하고 일단 쌓아두는 강박장애의 일환으로 습관적인 절약이나 수집 취미와 별개로 심각할 경우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
한 번 방에 들여놓은 물건을 좀처럼 정리하지 못합니다. 다시 안 볼 책들, 안 쓸 물건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둡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쭉 쓰고 있는 방에서는 종종 유물이 나옵니다. 최근엔 스타벅스 e-프리퀀시 시스템 도입 이전의 머그잔 모양 프리퀀시 스티커가 발견됐습니다.
(정말 쓸데없죠. 그런데 이것도 추억이라고 수납장 한 켠에 얹어놨어요.)

스마트폰 속 앨범에는 2만 개의 데이터가 있습니다. 지금껏 써온 아이폰 앨범 모두 기본 3-4만 개를 채우곤 했습니다. 백업 못한 채로 스마트폰을 교체해서 앨범이 몽땅 날아가면 아쉬움 보다 오히려 새출발의 시원함을 느낍니다. 역시 제가 쌓아두고 정리하지 못하는 건 그 대상이 소중해서라기보다는 버리지 못해서입니다. 저장강박증 의심이 더욱 강해집니다.
앞서 언급한 어린시절의 선택처럼 저는 여전히 대인관계에서 먼저 떠나는 결정을 어려워하고 있으며, 최근에서야 이 사실을 인지했습니다. 아마도 저장강박증과 관련된 관계 성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친구들과 놀고 헤어질 때, 저는 항상 친구를 더 멀리 데려다주고 싶어 합니다. 서로를 다시 데려다주다가 같은 길을 빙빙 돌기도 합니다. 이전까지는 스스로 걷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때처럼 친구를 데려다주고 헤어지면서 저도 모르게 “끄응... 안녕...”이라고 우물쭈물 말함과 동시에 깨달았습니다.
- 뭐지?!?! 나 이별이 어렵나?!!?!
친구가 아닌 어색한 상대와 만날 때도, 제 길을 더 돌아가야하더라도 상대방이 가는 방향으로 더 데려다주곤 합니다. 혹시 먼저 떠나는 결정이 꽤 많은 스트레스를 줘서 그런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통화를 먼저 끊지 못하는 것도..)
이렇게 써놓고 보니 물건이든 관계든 먼저 버리고, 떠나는 일은 저에게는 큰 의지가 필요한 일입니다. 의지는 곧 용기를 말합니다. 새롭게 채우기 위해서는 먼저 비워야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내일은 용기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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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저의 첫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토요일 밤에~ 🎷바로 그날에 🎷
토쓴이로 찾아오겠습니다.
웃기죠? 버리는 게 왜 용기낼 일인지..
일단, 책상 위부터. 페이퍼 위주로. 차근차근. 버리겠어요.
글쓰기를 시작할 땐 주제를 정해서 자신의 이야기부터 하는 게 좋다고 들었어서 이 기회에 저를 탐구해보려고 해요.
수신제가치국평천하 ..
<이별이 어려운 사람> 으로 쓰다가 .. ->> 아!! 나 심각한 저장강박장애가 있구나... ->> 인간관계도 관련이 있나? ->> 왠지 그런 듯!! 대박사건!! 이렇게 의식이 흘러갔네요.
💕🌟아니 뭔소리냐고💕❤️🌈💕🌟아니 뭔소리냐고💕❤️ 🌈💕🌟아니 뭔소리냐고💕❤️ 🌈💕🌟아니 뭔소리냐고💕❤️ 🌈💕🌟아니 뭔소리냐고💕❤️ 🌈💕🌟 정말 관련이 있는지는 저도 안 찾아봐서 모르지만 새벽의 소리로 이해해 주시기를 바라요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용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