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글 쓰시나요?
2022. 10. 17. 22:17느슨한글
나보다 10년 쯤 늦게 태어난 아이들 중 상당수가 키보드로 타자 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들었다. 컴퓨터가 처음 보급되던 시기 이미 수기로 쓰는 글을 체화한 이들이 그렇듯 타닥타닥 독수리 타법. 내 또래들은 꽤나 적절하게 걸친 세대로, 손의 근육이 발달하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학교에선 펜을 집에서는 컴퓨터를 쓰는 생활을 해왔다. 나의 경우엔 열살 때 처음 스스로 컴퓨터를 썼으니 이십 년 정도를 키보드와 함께해 온 셈이다. 키보드가 내 신체의 일부인 듯 느껴질 만도 하다.
나는 키보드 위에서 피아노치듯 챠르르 글을 쓸 때의 쾌감이 좋다. 생각을 떠올리는 것과 동시에 20년 간 손에 익혀온 자리를 쓸어내리면 모니터에 빠르게 깜빡이며 나타나는 글자도 좋다. 그 좋음을 힘주어 상상하기 위해 지금의 이 글은 휴대폰으로 써내려가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도 십 년이 다 되어가는데, 휴대폰의 자판으로 입력하는 글은 키보드로 타이핑할 때와는 아주 다른 느낌이 든다. 똑같이 글을 써도 어쩐지 느껴지는 무게와 감각이 다르다. 이것은 펜으로 글을 쓸 때와 키보드로 글을 쓸 때의 느낌이 다른 것과도 같다.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으면 잘만 떠오르던 생각이 휴대폰을 쥐고 있으면 잘 정리되지 않기도 하고 어떤 때는 그 반대이기도 하다. 어떤 글은 휴대폰으로 쓰는 것이 더 좋고, 어떤 글은 꼭 키보드로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펜으로 써야만 내 안에서 흘러나오는 글도 있다.
어떤 웹소설 작가는 모든 글을 휴대폰으로 쓴다고 한다. “요즘엔 소설을 휴대폰으로 쓴다고?” 놀라 뒤집어질 만한 일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또 그리 놀라울 일도 아니다. 변화의 시대 그 한복판에 서있음을 즐겁게 여기자. 모로 가든 잘만 쓰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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