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발레에 다녀왔습니다.

미피_ 2022. 10. 14. 23:11

느슨한글

정확히 1년 전부터 그러니까 21년 10월부터 발레를 시작했다. 수영장에서 고인물이 되었던 나는 코로나 직격타를 맞아 강제로 운동을 중단하게 되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해 좀이 쑤셨는데 수영은 마스크를 낄 수 없어 조금 찝찝한 마음이 있었다. 그러던 중 발레를 다녔던 친구들에게 자극받아 집 근처 학원에서 발레를 시작했다. 발레 2개월 차쯤이었나? 나의 유일한 발레 친구와 하루 특강을 같이 듣기로 해 내방역에 있는 발레학원에 처음 갔다. 집에서 조금 멀지만 진짜 발레를 맛본 나는 당장 학원을 옮겼고 지금까지 빠짐없이 쭉 발레 수업을 듣고 있다.

지금 학원을 만나서 발레에 푹 빠진 이후로 내 삶은 발레 위주로 조금씩 바뀌었다. 내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발레 영상이 항상 나온다. 발레리나나 취미 발레생 브이로그, 발레 동작 설명, 국립발레단 영상, 공연 영상 등등… 취미 발레를 시작하고 나서는 발레 공연도 많이 찾아보게 됐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셜 발레단 공연은 거의 빠짐없이 보고 클래식 발레에서 컨템포러리 공연도 처음 접해봤다. 퇴근 후에는 웬만해서 약속을 잡지 않는다. 왜냐면 발레를 빠질 수 없거든. 한마디로 발치광이가 되었다.

이번 달부터는 한 단계 어려운 초록반 수업에 도전 중이다. 오늘로 초록반 수업을 3번째 들었다. 음악 속도가 갑자기 빨라져 스텝들을 따라가다 놓치기 일쑤고, 처음 보는 점프들은 흉내도 못내겠다. 그리고 일단 새로운 수업의 동작 순서를 외우기가 너무 버겁다. 오늘은 도저히 안되겠어서 선생님을 붙잡고 물어봐야겠다 마음먹었는데 연강 수업이 바로 시작해버려 또 질문 타이밍을 놓쳤다. 발레 끝나고 작은 홀에서 뭉친 근육을 잠깐 푸는데, 거기서 다른 분과 눈이 마주쳐 다짜고짜 질문을 연발했다. 그러더니 급속도로 말을 트면서 그 자리에 있던 셋이서 수업이 너무 어렵다고 푸념하면서 서로 알려주기 시작했다. 너무 행복했다!

발레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멈추지 않고 말을 할 수 있다. 아직 얘기도 못 꺼낸 말들이 쌓여있다. 지금 쓰고 있는 글도 오늘 들었던 발레 수업의 나처럼 뒤죽박죽 횡설수설 되어버렸다. 수업 끝나고 셋이서 얘기하던 도중에 예전 기억이 문득 생각났다. 예전에 왕초보반에서 초보반으로 옮겨 탈 때도 오늘과 같은 어려움이 있었지. 그때도 2~3개월 정도는 수업을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는 마음이 항상 들었다. 너무 어려운데 그 어려움보다 재밌는 마음이 훨씬 컸다. 그리고 어느 수업에 불현듯 머리에 스친다. “아! 나 이제 할 수 있다!” 그 고비를 넘겨야 하는데 앞으로 몇 개월은 그때처럼 힘들겠지. 그래도 오늘은 다른 분들에게 잠깐이나마 위로를 받아서 다행이다. 센터 수업하다 못 따라가는 동작들이 있으면 너무 서글프다. 사람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데 혼자 덩그러니 뚝딱이가 되어버린 기분이다. 그래도 발레가 너무 좋으니까 남들 신경 쓰지 말아야겠다. 더 재밌는 발레를 해야지! 내일은 김주원 발레리나의 탱고 발레를 보고 바오솔 수업에 간다. 야호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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