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경험

열세줄땅다람쥐 2022. 10. 11. 01:53

느슨한글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 지독하리만큼 가이드가 필요한 나는, 글쓰기에도 정해진 글감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선은 자음 순으로 글감을 찾아보려고 한다.

ㄱ. 경험
나는 준비가 필요한 사람이다. 특히 일을 할때는 더욱! 완벽하게 이해되지 않으면 일을 해결하기 어렵다.
그래서 시작하기 전에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살다보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내야하는 것들이 있다. 일터에서는 더더욱.
업무를 할 때, 나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상황, 경우의 수에 대해 가능한만큼 대비를 해놔야 마음이 편한데 일을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은 나에게 엄청난, 극심한 스트레스를 준다.

이런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나에게 약간 변태같다면 변태같은 성향이 있다.
내가 성과를 내야하고, 그 성과로 평가받는 직장 밖에서는 의외로 새로 닥친 일, 생각지 못한 일을 즐긴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면 우산을 가지고 나오지 않은 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서 어쩔 수 없이 비를 맞고 이동해야할 때 나는 그 상황이 재밌다. 내 의식의 흐름은 이렇다.

비가 안온다고 했는데? 굳이 우산을 사고 싶지 않다. 집에 우산이 그렇게 많은데 또 사긴 아깝다. 맞고 가지 뭐. 재밌잖아! 해보지 못했던 경험이잖아!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경우의 수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때, 혹은 새로운 경험을 해야만 할 때 묘한 쾌감이 있다.
어쩌면 직장 밖에서 나는 모든 예외의 상황을 경험 삼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이미 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또한 준비라면 준비니까!

업무를 할 때는 J 100%에 가깝지만 그 외 인생에서는 P가 70% 이상 차지하는 것 같다. MBTI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순 없지만!
여행을 갈 때도 잘 곳과 집에 돌아올 표만 있으면 된다. 더 이상은 굳이 계획하고 싶지 않다. 여행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아니라면 경험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그날 찾아서 간 식당이 맛이 없다면 맛이 없는대로 의미있다. 물론 여행 중 매 끼니 너무 맛있다면 완벽한 여행이 되겠지만 어떻게 내 모든 여행의 모든 식사가 맛있겠나. 우리는 언제나 블로그에 속을 수 있고, 인스타그램 비주얼에 속을 수 있으니까.

편의점에서 과자를 고를 때도 도전을 많이 하는 편이다.
물론 BEST는 오리지날이지만 이 또한 새로운 도전을 했기에 알 수 있는 것. 

아, 하지만 극단적인 P 들 사이에 끼어을 땐 '최소한의 준비와 최소한의 가이드가 필요한 나'를 다시금 느낀다.

주저리주저리 의식의 흐름으로 글을 썼다.
마지막으로 '경험'과 관련해서 꼭 쓰고 싶은 글이 있어서 뜬끔없지만 이어서 쓴다.

우리 할머니를 도와주시는 70대 요양보호사 여사님이 말했다.
'그래도 나는 아직 하기 싫은 것보다 하고 싶은게 많아.'

우리집은 참 운이 좋게도 좋은 요양보호사 여사님을 만나게 되었다.
규정상 요양보호사 여사님은 아픈 할머니를 돌봐주는 일만 하시는게 맞는데
내가 부산 집에 내려갈 때마다 나를 위해 전복과 새우를 직접 사오셔서 손질해두신다.
이왕하는 반찬을 조금 더 많이해서 늦게 퇴근하는 엄마, 아빠 먹으라고 가져다주신다.

치매 걸린 환자의 대소변을 받고 몸을 닦아주는 일이 얼마나 고된가.
그 고된 일을 즐겁게 하면서도 자신이 더 해주고 싶은 일을 찾는 분이다.
어떤 마음이 있어야 저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든다.

그런 여사님을 볼 때마다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아' 이 마음이 얼마나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가 새삼 느낀다. 

오늘도 '하기 싫은 것보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하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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