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누리 생활 탐구 보고서 1

hyertz 2021. 8. 25. 14:12

느슨한글

 

5살 고양이 최누리의 일과를 적어보겠다. 최누리는 대략 5~6시 전후로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 그 시간은 집사의 기상시간에 따라 유동적이며 항상 집사가 일어나는 것보다 먼저 일어나 알람을 한다. 집사가 열심히 미라클 모닝을 하던 시절에도 집사보다 일찍 눈을 떠 일어나라 소리치곤 했다. 현재 집사는 7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최누리 역시 요즘은 6시 반에서 7시 쯤 일어나고 있다. ¹


명령을 듣고 일어난 집사는 바로 최누리와 사냥 놀이를 해 주어야 한다. 집중력이 몹시 나쁜 최누리지만 노련한 집사는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어떻게든 한 번은 점프를 하게 만든다. 사냥 놀이가 끝나면 집사는 집 청소를 시작한다. 청소기는 최누리가 싫어하는 무수한 것들 중 하나이므로(큰 소리가 나기 때문에) 청소기를 켜는 순간 화장실 또는 침대 위로 달아난다.


청소를 마치고 집사가 책상에 앉는다. 이 행위는 최누리가 두 번째로 싫어하는 행위다. 하지만 책상에 앉은 집사에게는 뭔가 집중할 일이 있다는 것을 최누리는 알고 있기 때문에 일단 한 발 물러서서, 의자 바로 뒤 또는 옆에 드러누워 상황을 지켜본다. 그러다 종종 잠들기도 한다. ² 최누리가 책상 근처에 누워 노리고 있는 것은 집사가 일어나는 때다. 의자를 뒤로 끄는 순간 벌떡 일어나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집사가 가려는 곳으로 먼저 달려간다. 주로 집사는 화장실이나 주방을 가기 위해 일어서기 때문에 재빠르게 주방 복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새초롬한 눈으로 쳐다본다. 그럼에도 집사가 별 관심을 주지 않으면 최누리는 자신의 독무대로 이동하는데, 바로 화장실 변기 위다.


최누리의 점프 실력에 대해 먼저 이야기 해야겠다. 최누리는 고양이 치고 꽤나 미흡한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 힘은 세지만 그에 따라주지 않는 순발력때문에 다른 고양이들과 싸우면 매번 처맞는다. 점프 실력 역시 형편없어서, 보통의 고양이들이라면 한 번에 올라가는 높이를 최누리는 5~6번 정도의 도움닫기 후 해낸다.(그래도 해 낸다!) 최누리는 세면대에서 흐르는 물을 마시는 걸 좋아하는데 세면대에 올라가는 것 역시 먼저 옆에 있는 변기를 밟고 계단 삼아 올라가는 식이다. 최누리가 변기에 올라가 있으면 집사는 물을 원하는 건지 아니면 그저 관심을 받고 싶어서 올라가 있는 건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하루에도 일 백번은 넘게 변기에 올라가서 눈치를 주곤 하므로 변기에 올라가 있는 것이 무조건 물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는 집사는 일단 물을 틀어 준다. 최누리는 그걸 보고 다급하게 세면대로 올라가거나, 또는 계속 빤히 쳐다본다. 이사온 집은 세면대가 많이 둥근 편이라 변기를 밟고 올라감에도 몇 번 삐끗하는 실수를 한 최누리다. 집사는 최누리를 들어서 안전하게 세면대에 올려준다. 세면대에 올라간 뒤 최누리의 루틴은 다음과 같다.


우선 세면대 가장자리를 조심스럽게 밟으며 가장 편안하고 높은 자세를 잡는다.³ 그리고 집사를 빤히 쳐다본다. 이 것은 인사를 하고 싶다는 의미로, 집사의 이마를 본인에게 갖다 대라는 신호다. 몇 번 이마를 콩콩 박으며 좋다는 의사 표현을 한 뒤 조금 쓰다듬어 주면, ①다시 세면대 가장자리를 밟으며 자리를 잡고 수도꼭지에 입을 갖다 대거나 ②웬 염소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내려온다. 전자일 경우 단지 목이 말랐던 것이므로 제대로 된 처방을 해준 셈이지만, 후자일 경우엔 문제가 된다...

 

1 집사를 깨우는 모습. 표정엔 빡침이 가미되어 있다.

 

2 책상과 가까이에 누워 집사를 주시한다. 곁눈질로 바라보는 모습. 가끔은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기도 한다.

 

3 화장실에서의 최누리.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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