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내는 것

뿌셔뿌셔 2020. 10. 31. 23:58

느슨한글


무엇이든 너무 많아도 문제, 적어도 문제다. 넘치거나 부족한 만큼 뾰루지가 난다. 그래서 과유불급, 중용의 미덕을 추구하게 된다. 가치판단이 개입되니 중용에 대한 절대적 기준이 있을까 의문도 들지만!

나는 욕심이 적은 편이다. 욕심은 주로 안 좋은 의미로 표현되지만 일단 사람이란... 결핍된 것에는 로망을 갖고, 가진 것에는 단점을 더 많이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욕심은 긍정적 느낌이 크다. 앞으로 나가거나 위로 오를 수 있는 삶의 엔진 같다. 욕심을 갖지 못해 욕심을 욕심내는 아이러니 (?)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무엇이든 욕심내지 않는다면 가질 수 없다. 어릴 땐 명품가방에 관심을 가졌다. 구매여력은 없었지만 언젠가 구매할 잠재고객으로서 욕심을 지녔던 것 같다. 한 번은 부모님께 이 욕구를 말했는데 아빠가 답했다. “차를 운전하게 되면 사라.” 값비싼 가죽 가방은 일상 생활에서 쉽게 상처 입고, 사실상 차타고 다니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명품이라는 게 아빠 생각이었다. “아.. 차가 없으면 내가 가방을 모시고 다녀야하네?” 이후로는 고가의 명품가방에 대한 욕심이 사라진 것 같다. 한 번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여지껏 욕심이 덜하다.

하지만 얼마 전에는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좋은 건 아닌 것 같아! 욕심내지 않아서 구매력이 안 생긴 건 아닐까. 대학생들이 방학기간에 학비나 여행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처럼 욕심냈다면 벌써 여러 제품을 살 돈을 모았을지 모른다. 목표 설정을 아예 안 해버리니까 의욕이 없는 게 아닐까. 한 번도 가져보지 않아서 그 브랜드의 디자인, 장인의 가치를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건 아닌가..

비슷하게 골프가 떠올랐다. 스크린골프장이나 연습장에서 골프채를 대여할 수 있지만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의 무거운 골프가방을 메고 다닌다. 그래서인지 차가 없으면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 스포츠 중 하나다. 그럼 차가 없으면 골프를 배우면 안 되나? 아니다. 골프를 먼저 배우고 차를 사도 된다. 골프에 욕심내면 어찌저찌 필드로 갈 차도 생길 것 같다. 욕심이 성취할 힘이나 능력을 만들어 준다. 되고 싶다,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알게 모르게 노력하게 되고 언젠가 성취한다. 주변의 욕심 많은 사람들의 성취를 보면서 이 생각에 더 힘이 실린다.


대체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 .. ? 하하...
아무튼 요즘들어 무엇이든 욕심내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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