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에게
2020. 9. 15. 22:19느슨한글
밥을 사겠다는 내게 넌 마음이 담긴 걸 달라며 거절했지만, 사실 주고 싶은 건 진작에 정해져있었어. 어디서 책에 편지랑 같이 넣어 선물한 걸 봤는데, 이렇게 챙겨줘야지 싶었거든. 멀리 서 저녁을 선물한다는 건 퍽이나 낭만적이고 멋있게 보이더라. 아침에 나오면서 너에게 쓸 엽서를 고르는데 오늘따라 (우리가) 좋아하는 버지니아 울프의 말이 괜히 눈에 띄었어. 잘 먹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못한다는 말. 괜히 딱 들어맞는 기분? 저녁은 못 되어도 기분 좋아지는 달콤한 케익 한 조각이나 예쁜 꽃 몇 송이 같은 거, 작은데 사치라고 느껴지는 그런 것들이나 순간에 널 위해 쓸 수 있으면 좋겠다. 한 땀 한 땀 수놓은 것처럼 손이 닿은 건 아니지만 내 노력이 들어간 건 변함없으니 정상참작 해줘. 이번에 가면 오랫동안 못보겠네. 그곳에서 평온한 일상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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