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스톱 브이로그
2020. 9. 12. 01:50느슨한글
나와 동년배들은 논스톱부터 하이킥까지 이어지는 시트콤 세대이다. 초등학생 때 논스톱3을 좋아해서 해당 시간대에 늘 티비 앞에 앉아 챙겨본 기억이 난다. 박경림/조인성 커플, 조한선/김정화, 장나라/양동근, 다음 시즌에서 현빈/한예슬/앤디 등등 배우들은 물론이고 아직까지도 극의 주요 공간들이 떠오른다. 기숙사 공용공간, 강의실, 과사 앞.. 이후 시트콤 매력에 빠져 흥행에 실패했던 레인보우 로망스, 김치치즈스마일도 봤었다. 2020년대에도 역대급 시트콤 하나 나와서 저물어가는 브라운관 제2의 전성기 만들어주면 좋겠다.
논스톱은 우리들에게 헛된 캠퍼스 로망을 심어준 1등 공신으로 악명 높다. 나는 너무 어렸기에 ‘와, 나도 대학생되면 저럴까?’ 같은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대학생이 되고 논스톱과 다른 캠퍼스 현실을 비교하는 SNS 컨텐츠가 올라오면 늘 공감했다. 나는 기숙사에 살지 않는 통학러였고, 기숙사에 산다고 해도 대학교라는 곳은 그렇게까지 낭만적인 세계가 아니었다. 논스톱은 위아더월드, 한 번 눈에 보이면 다같이 친해져버리는 파워 E들의 파티 느낌이었으니까.
이렇듯 현실과 먼 허구라고 여기다가 이제 졸업하고 추억을 먹다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2018년, 브이로그 유행에 합류해 처음으로 영상을 편집해 추억을 남겨보았다. 흥이 붙어서 2019년 막학기에는 정~말 “이걸 왜 찍어?”싶은 시시콜콜한 것들도 다 찍었다. 그 많은 걸 추려 편집하다보니 촬영 시점으로부터 3개월, 6개월, 이제는 9개월까지 기다려야 그 시절의 브이로그가 완성된다. 추억은 빛바랬을 때 더 재밌어지는 성질을 갖고 있다. 촬영 후 인화까지 일정 시간이 걸리는 필름카메라의 매력과 비슷하지 않을까. 느린 완성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뒷걸음질 치다 얻은 장점 ^^
브이로그 내용은 정말 별 거 없는 일상에 가끔 어이없고 웃긴 일들이 있다. 논스톱처럼. 영상이 완성되면 출연한 동기들과 공유하고 우리는 또다시 추억을 먹는다. 각자 기억하는 에피소드를 하나둘 모아보면 우리만의 논스톱도 뚝딱 완성된다. 물론 전파타려면 각색이 필요하겠지만 대딩들끼리 사고치고, 흑역사 만들고.. 별거 아닌데 웃긴 일들이 너무 많았다. 동기들은 내가 새내기때부터 브이로그 찍었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해준다. 맞아. 그때 우리는 정말 하루가 모자르게 미쳤었는데, 왜 브이로그 찍을 줄 몰랐을까.. 페이스북 댓글로 놀고, b612 필터로 셀카찍고, 합성짤 만들 줄만 알았지, 더 나아가지 못해서 아쉽다. 하지만 이게 바로 밀레니얼이다. 후후.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더니 논스톱 작가도 졸업 후에 회상하며 써내려간 캠퍼스 추억팔이가 아니었을까.. 아주 현실과 동떨어지는 로망은 아니었던 것 같다. 2020년 9월임에도 2019년 12월에 살던 나의 막학기 브이로그가 이제 정말 끝나간다. 나의 논스톱 브이로그 안녕.
어쩌다보니 글이 모여 두개나 뿡뿡 써버렸습니다 💩 히히,,
브이로그가 브이로그(새로운 인연)를 부른 꽤 흥미로운 사건도 있는데 이건 다음 주에 쓰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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