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3일에 생각한거

미피_ 2021. 7. 13. 21:35

느슨한글

퇴근길 지하철에서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카톡을 보내던 중이었다. 푸시가 왔다. vlive 하네. 라이브 방송을 처음 들어봤다. 방탄소년단 RM이 나왔다. 자꾸만 여기 너무 밝지 않아요?를 반복하던 그는 혼자 무언갈 주저리 주저리 말했다. 듣다가 듣다가 이 사람 참 재미없네 생각했다. 곡작업을 하는데 뭐를 보고 이런게 떠올라서 써내려갔다고 했다. 나는 이젠 진지충이 재미없어졌다. 왜 이렇게 변했을까 생각하면서 브이라이브를 껐다. 유투브 뮤직을 켰다. 퇴근길엔 butter지.

나는 재미삼아 내 인생을 되돌아본다. 버터를 들으면서 잠깐 또 생각해봤다. 내가 언제부터 진지충이 재미없어졌지? 5년전만 해도 분명 나는 진지충을 사랑했다. 몇 년 안된 시점부터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을 거다. 내 삶에서 너무 지긋지긋한 것들을 줄세우다 보면 한없이 불쌍하다. 그리고 나서 그걸 다른 사람 일이라고 생각하면 너무나 쿨해진다. 그럴수도 있지. 그런 감정들을 겪다보면 나한테 닥쳐온 사소한 불행들이 가볍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경험을 몇 번 한 뒤로 바뀌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렇게 지하철을 내려서 걷다가 저 멀리서 뻥튀기 아저씨를 봤다. 십년전의 나라면 길가다 뻥튀기 아저씨를 만나도 금세 뻥튀기를 살 용기가 없었을게 분명하다. 지금의 나는 갑자기 마주치는 것들을 더 능숙하게 대할 수 있다. 마치 집에 가기 전부터 뻥튀기를 사기로 결심한 사람처럼. 갑자기 뻥튀기 아저씨를 만나도 내 자신에게 당당하게 뻥튀기를 산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마음이 이젠 자연스럽다.

말했던가? 나는 중학교 2학년을 기점으로 성격이 한 번 바뀌었다. 그 전에는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엄청나게 낯을 가렸고, 대인관계에 능숙하진 않았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성적으로 사는게 너무 불편해서 성격이 바뀌었다. 십년 넘게 단련해서 이젠 안 친한 사람이랑 쓸데없는 말을 할 수도 있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게 바뀌었다. 그런데 최근에 내 성격이 또 한 번 크게 변하고 있다고 느낀다.

지금 그 중심에 있어서 그런지 뭔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져서 그랬을까. 오늘 아침에 본 주식방송에서 어떤 패널이 한 말이 떠오른다. 제가 지금 오십대 정신과 의사인데, 고민은 확실히 상승장이에요. 인생은 그렇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기 때문에... 갑자기 떠올랐다. 예전에 세우고 잊어버렸던 목표가 생각났다. 20대 초반에 결심했던거다. 나는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바뀔 수 있는 노인이 되고 싶다.

오늘의 글을 다 썼으니 이제 아이스크림을 사러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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