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닮고 싶은 사람이 많아야 한다
2020. 10. 15. 22:46느슨한글
헤르쯔 이만보와 얘기했던 말. 독서모임 생토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다들 멋있는 점들을 가지고 있다고. 그 때 스치듯 떠올랐었다. 지금의 내가 좋은 점들을 갖게 해준 사람들이 있었다고. 생토마토에 초대해준 이만보와 학부시절 랩에 들어가게 해준 도공주. 둘은 지금 내가 가진것에 물꼬를 틔워 준 사람들이다.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고 남긴다.
생토마토를 시작하고 나서 세상을 보는 관점이 조금 변했다. 그건 좋은 사람들과 자주 만날 수 있어서 그랬고, 좋은 사람들이 자꾸 생각할거리를 던져주어서 그랬고, 여러모로 보고 배울 점들이 많아서 그랬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내가 하는일에 대체로 만족하는 편인데 랩실에 자리를 구한다고 알려준 도공주 덕분에 점점 더 지금 하는 일에 가까워 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닮고 싶은 점이 조금씩 있다. 열정에 가득 찼다던가, 처음 하는 일도 서슴없이 시작하는 용기를 가졌다던가,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던가, 힘든일도 묵묵히 할 줄 안다던가, 말을 잘한다던가, 사람을 불편하지 않게 해줄 수 있다던가, 어려운 일을 쿨하게 대할 줄 안다던가, 기다려줄 줄 안다던가, 책을 많이 읽는다던가, 지나치기 쉬운 중요한 것들을 짚어낼 줄 안다던가.
생토마토에서 만나는 친구를 언제 단둘이 만난 날이 있다. 밥을 먹으며 이 친구랑 단둘이 만난적이 없었던게 자꾸 떠올랐다. 누군가를 단둘이 만난적이 언제였더라. 나는 주로 친구들을 여러명이서 만나왔다는걸. 그걸 생각하게 되었다. 기껏해봐야 동네친구정도 잠깐 같이 만났는데. 둘이서만 만났던 그 날의 기분이 자꾸 떠올랐다. 그 친구는 주로 친구를 둘이서만 보는 편이라고 했다. 그리고 둘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평소엔 지나쳤을법한 말들을 더 오랫동안 들을 수 있어서. 그래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더 자세히 그려졌다. 며칠 전 일이지만 그 날이 자주 떠올랐다. 순간마다 조각들이 남아서 문장이 만들어졌다. 아 둘이서 자주 만나면 더 닮아갈 것 같다.
방금 전 샤워하다가 떠올렸던 조각들을 이 시간에 머무르게 하고 싶어 노트북을 켰다. 나에게도 샤워는 묵혀있던 감정을 툭툭 꺼내주는 마법이 있는데. 오늘도 묵어있던 몇 개의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떤 건 내 마음속에 꽤 오랫동안 곰팡이 슬었던거라 오늘도 그 뿌리를 찾아내지 못한 채로 샤워가 끝나버렸다. 그러다가 다른게 떠올랐던거다. 그건 잘 모르겠지만. 오늘은 다른걸 알아냈다. 주변에 닮고 싶은 사람이 많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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