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why로부터

미피_ 2020. 9. 24. 10:36

느슨한글

 

기획엔 5 why라는 방법론이 있다.

 

 

온라인 쇼핑몰 사장님이 '이번 달 매출이 제일 먼저 보였으면 해요'라고 말한다면, 왜라는 질문을 5번 연달아하면서 그 안에 어떤 니즈가 있는지 끌어내는 방법이다.

 

 

가령, 이번 주가 아니라 왜 이번 달 매출이 먼저 궁금한지. 매주가 아니라 매달을 기준으로 실적을 관리하는지. 이미 이번 달 매출 산정을 하고 있는 직원이 없는지. 왜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자동 통계보다 직원을 통해 매출을 산정하는 방식에 어떤 장점이 있는지. 이번 달 매출이 올랐을 경우 직원이 통계내며 이미 매출이 하락 원인을 파악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이번 달 매출을 보여줄 때 매출의 상승/하락 요인을 분석한 정보가 동반되어야 하는지. 매출을 산정하는데 왜 분석정보가 같이 필요한지. 단순 월 매출 집계 목적이 아닌 매출 상승/하락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월 매출을 지표로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물론 예시는 내가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이다. 리서치의 앞뒤 질문의 맥락, 연결되는 꼬리 질문들에 대답, 비언어적 반응 등에 따라서 같은 말도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크다.)

 

 

나는 이 방법을 현실에서도 종종 써보곤 한다. 리서치가 충분하지 않는다면 결국 내 상상 속에서 펼쳐나가긴 하지만.

 

 

나의 행동을 되돌아볼 때도 유용하다.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를 때가 있는데. 내가 왜 이런 행동을, 이런 생각을 했는지 5번 되묻다 보면(어쩔 땐 2~3번만 되물어도 충분하다.) 내 안의 진짜 마음이 뭐였는지 깨달을 때가 있다.

 

 

기획은 답이 없다. 아무리 리서치를 잘해도, 결국은 기획자가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관점은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데 그런 점에서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탄탄한 논리구조와 심리적 뒤흔듦이 동시에 필요하다. 그리고 실패한 기획, 성공한 기획,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한 피드백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내가 기획을 좋아하는 건 여러 가지의 상상을 해볼 수 있어서다. 원체 이것저것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특이한 생각들, 엉뚱한 발상들이 문제 해결의 티핑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알고리즘 수업에서 문제의 난이도(복잡도)를 매기는 개념을 배웠었다. 다항 시간에 풀 수 있는 문제를 NP라고 했던가.  NP-Complete 문제는 크기가 커질수록 해결하는데 폭발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한, 유한한 시간 내에 풀기 어려운, 지수 시간(exponential time)이 필요한 문제다. 인간은 대체로 NP 문제보다 더 어려운, 유한한 시간 동안에는 확실한 답을 알 수 없는 NP-Complete 문제를 선호한다고 들었다. NP-Compelete 난이도인 체스나 바둑 따위의 게임에 사람들이 미쳐있다는 게 그 증거다. 

 

 

나한테 기획은 NP-Complete보다 어려운 문제다. 기획엔 정답이 없다는 점에서 어떤 알고리즘도 답을 낼 수 없다. 매출 상승을 목표하느냐, 사용자 확대를 목표로 하느냐는 해답이 아닌 결정의 레벨이다. 

 

 

그래서 인공지능 세상이 펼쳐져도 사람의 비전(VISION)은 그 가치가 훼손되지 않을 것 같다. 인공지능이 내놓은 답을 가지고 사람은 또 다른 관점으로 미래의 가치를 펼칠 테니까. 인간은 대게 자신의 생각하는 미래 가치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이다 뭐다 해서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을까 두렵지만, 기계가 훼손할 수 없는 인간의 어떤 영역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임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을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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